A.D. 2009. 11. 16. 월. 맑고 추움 - 그간의 일들

  지난 토요일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머니께서 얼마 전에 괜찮은 침대를 친구분께 받아 아이들에게 주기로 하셨는데 그게 토요일에 온다는 거였다. 어머니께선 일찍 외출하셔서 나혼자 열심히 청소하고 침대 놓을 자리 보며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런! 외출하신 어머니께서 전화하시길 할아버지 한 분이 그 무거운 더블침대를 운반해 갈거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날따라 남편도 출근하고 집에 없는데... 꼼짝없이 나와 그 할아버지 둘이서 그 무거운 매트리스를 옮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심란하던 차에 그동안 잘 돌아가던 세탁기가 갑자기 밑판이 떨어지는 사고가! 으윽!
  A/S 급하게 부르고 기다리고 있자니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전에 주문했던 쌀 1가마 택배로 오고 있단다! 악! 쌀 놓을 자리까지 치워야되! 베란다 언제 다 치워!
  그러나 어쩌랴... 비명이나 지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셋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그야말로 우리집을 급습! 세탁기는 A/S 기사님께 그냥 떠넘기고(보통은 A/S하는 거 옆에서 계속 지켜보는데), 쌀 택배 아저씨껜 현관까지밖에 배달안해준다는 것을 사정사정해서 부엌까지 쌀자루를 들여놓았다. 이렇게 안하면 침대를 어찌 들여놓겠냐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침대!
  그냥 힘들었다. 어찌어찌 힘들게 옮겼다. 가뜩이나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오셔서 설치도 안해주시고 가시려는걸(당신 배달일 늦으셨다고... 이게 도대체!) 설치 안해주심 돈 못드린다고 버틴 결과 다른 배달일 끝내고 저녁에 들러 해주겠다 하셔서 겨우 마무리.
  그 할아버지 정말 저녁에, 저녁 다 먹고 난 뒤에 오셨다. 그 할아버지와 마무리 작업 같이 하고 돈 드리고...
  마지막으로 베란다 청소하고 늦게 퇴근한 남편과 쌀자루 옮기기로 그날 하루 일과를 마감했다.ㅠㅠ

  갑자기 날씨가 지독히도 추워졌다. 난 추운건 질색이라 그야말로 중무장을 하고 출근길에 올랐더랬다. 아, 지금도 이렇게 추운데 본격적인 겨울이 되면 난 어찌하나... 벌써부터 걱정이다.
  날씨가 이렇게 추워지니 '김장'을 해야한단 생각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오른다. 어머니께서 언뜻 30포기 정도 말씀하시는 것 같았는데... 휴--- 이거 할 생각에 또 걱정걱정. 그런데 한편으론 이렇게 마음쓰느니 그냥 하루빨리 확 해버리는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한 이틀 나 죽었소- 하고 일하면 올 겨울 날 준비는 다 해놓은거니까 홀가분할거 아니야. 으으으- 차라리 그편이 낫다! 이왕 할 거 얼른 하자!

A.D. 2009. 09. 29. 화. 흐림 - 이 땅의 법

  어제밤에 남편이 일명 '나영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어서 그 끔찍한 일을 알게 되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고 심장이 마구 뛰는게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이 무슨 미친 짓이란 말인가!!! 그놈은 악마가 틀림없다!!! 제일 먼저 악마가 머리속에서 떠올랐다. 오로지 그것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형량...
  12년.
  난 여기서 정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울었다. 이것이 현실이다. 악마같은 짓을 저지르고도, 지옥에서나 있을법한 일을 저지르고도 고작 12년! 12년!!
  그리고 세상에 분노했다. 이러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굴러가는 세상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이제는 어찌해야 하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 자신에게 묻는다. 난 무엇을 해야 하는가!